퇴근하는 길에 더 현대를 들렸습니다. 입구로 들어서자 아르켓 등 굉장히 힙한 브랜드들이 널려있어 정말 신경써서 만들었구나 싶었습니다. 헌데 유독 빛이 나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웅장한 신발들이 쌓인 BGZT LAB. 홀린 듯 들어가서 한참 구경하다보니, '근데 BGZT가 뭐였더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때 보이는 번개 마크와 색. '설마 번개장터인가..? 와 많이 힙해졌네.' 라고 느꼈습니다.
※ 참고로 당근마켓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당근마켓의 미친 성장
저는 몰랐지만, 번개장터는 10년이 넘은 회사입니다. 2010년 당시 중고거래 시장은 중고나라가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지만, 모바일로는 미진한 상태였죠. 이 때 모바일로 중고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앱이 번개장터이고 물품 등록과 1대1 채팅의 높은 편리성으로 금새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번개장터는 당근마켓에게 언제가부터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찾아보니, 17년도에는 순위권에도 없던 당근마켓이 1년만인 18년도에는 1위의 자리를 차지했네요.
특히 당근마켓의 성장 중에서도 눈여겨볼 부분은 당근이 명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어느샌가 "당근해", "당근이세요?" 라는 문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고나라나 번개장터가 1등일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마데카솔, 대일밴드 등 보통명사가 되었을 때 브랜드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수 1위라는 숫자로 단순히 정의하기엔 당근마켓은 더 큰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당근마켓은 "따뜻함"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성장했습니다. 당시 "당신 근처의 따뜻한 직거래"를 캐치프레이즈로 설정했는데, 이러한 이웃의 따뜻함은 직거래에 필요한 신뢰가 되었습니다. 중고거래 시장은 사기가 판치는 시장이였는데, 당근마켓의 따뜻한 신뢰는 금방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근마켓은 이런 "따뜻함"을 어필하기 위해 친근한 광고를 계속해서 내보냈고 브랜딩 면에서도 동네 이웃 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위에서 언급했던 "중고거래 = 사기"라는 인식을 "중고직거래 = 성공" 공식으로 바꾸며 동네 직거래 급성장을 이끌었다고 생각됩니다. (당근마켓 특유의 따뜻한 일러스트와 목소리의 광고... 진짜 많이 나왔죠)
당근마켓의 따뜻함과 번개장터의 힙스러움.
※ 주의 : 본 부분은 뇌피셜이 많이 가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함"이 10-20대 Z세대에게 어필이 되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비대면을 선호하는 세대이다보니 직거래가 기본인 당근마켓은 이들에게 와닿지 않죠. 전화도 피하는 세대인데 낯선 이와 직접 마주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직거래할 때 괜히 걱정되더라구요)
또한 이들이 선호하는 품목들인 고가의 모바일기기, 신발, 명품 등은 당근마켓에서 찾기 힘듭니다. 당근마켓은 거리제한을 두고 상품을 보여주는 반면, 번개장터는 제한없이 더 많은 상품을 볼 수 있죠. 당연히 상품이 많고 많이 비교할 수 있는 곳에서 거래를 하게 되죠.
그래서인지 번개장터는 힙스러움을 강조하면서 10-20대 Z세대가 열광하는 품목인 신발, 명품 등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 11월 번개장터는 강남에 명품샵을 냈으며 인트로에 적은 것과 같이 스니커즈샵도 운영하고 있죠. 번개장터는 현재 유저 가입자 중 84%가 MZ세대로 이들만의 "힙함"이 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당근마켓은 그럼 힙해질 수 있을까요? 신발, 명품의 힙한 시장은 번개장터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KREAM 무신사의 SOLDOUT 등에서 이미 선진입된 시장이라 당근마켓이 가져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힙함은 기존에 당근마켓이 구축한 "따뜻함"과는 상이한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당근마켓은 이미 30-40대를 대상으로 "따뜻함"을 어필하며 성장한 회사입니다. 통계를 보지 않아도 동네생활 탭에 한 번 들어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만 봐도 번개장터에서 타겟하는 고객층보다는 30대 이상이 많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당근마켓은 힙해질 필요가 있을까요? 아뇨.
당근마켓은 힙해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은 라이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업종이지만 수익모델이 다른 회사들입니다. 번개장터는 자체 안심거래 서비스인 번개페이*를 이용한 수익이 큰 회사입니다. 이에 반해 당근마켓은 거래에 대해서 어떠한 수수료를 수취하지 않습니다. 오직 하이퍼로컬** 특성을 활용한 광고가 주 수입원이죠. (물론 번개장터도 광고합니다.)
* 번개페이는 번개장터 자체 안심거래 서비스로 거래액의 3.5% 수수료 부담 시 번개장터가 결제 금액을 보관한 뒤 거래 완료 시 결제 금액을 전달하니다.
** 하이퍼로컬은 직접 갈 수 있는 동네 범위의 생활 범주를 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이퍼로컬을 고객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근처의 서비스라고 말하고 싶네요.
따라서 당근마켓은 굳이 힙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이퍼로컬의 특성은 3040 세대에게 더 적절하니까요. 기본적으로 3040 세대는 구매력이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많은 금액을 소비하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죠. 이 때,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단순히 동네에 있는 상점들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의외로 거주지를 기점으로 많은 서비스들을 이용합니다. 가장 쉽게는 거주지에서 활용하는 세탁과 같은 생활서비스부터 아이들을 위한 과외 등이 있죠. 결국 하이퍼로컬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돈을 내는 주체는 결국 3040 세대이기에 당근마켓은 이들을 중점적으로 타켓하는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THINK : 무지성 MZ 세대 타겟팅을 조심해야합니다. 돈은 누구에게 있는지, 누가 구매를 결정하는지 등이 중요하죠. 번개장터는 금액이 높아질수록 번개페이를 통한 수익이 커지기에 MZ세대가 좋아하는 명품과 스니커즈를 장려해야죠. 하지만 당근마켓은 거래보다 광고와 앞으로 엮어낼 서비스들이 더 중요합니다. 중고거래는 앞단의 미끼일 뿐이죠. 요즘 여러 서비스들에서 좀비처럼 "MZ.. MZ.." 하는데 고민이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아파트 관리어플이 상대일수도.
저는 오히려 아파트 관리어플들이 상대라고 느낍니다. 아파트 관리어플은 거주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며, 믿을 수 있는 진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죠. 따라서 아파트 관리어플 또한 당근마켓과 유사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들이 가능하며 주요 사용층들도 세대주기 타겟층까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근마켓 지역기준이지만, 아파트 관리앱은 더 근사한 위치를 지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현재 독점적인 관리 어플이 있진 않아 큰 단위로 연계한 사업은 가능하지 않지만 한 기업이 시장을 먹기 시작하면 당근마켓의 강점인 하이퍼로컬도 위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UI/UX 구성에 하이퍼로컬 서비스 중계까지 녹이긴 쉽지 않겠지만, 이는 당근마켓 또한 중고거래가 앞단에 있기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이퍼로컬 슈퍼앱으로 가는 길
최근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 슈퍼앱으로 가기위해 인프라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먼저, 당근마켓은 웹에서 채팅이 가능한 당근채팅을 내놓았습니다. 여러 고객들이 문의했을 때 핸드폰 붙잡고 응대하는 것은 어렵기에, 편리한 채팅 서비스가 나온 것이죠. 또한 당근페이 부문을 강화하고자 많은 인력을 수급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네요.
당근마켓은 인프라 확충이 된 직후 빠르게 하이퍼로컬 슈퍼앱으로 향할 것입니다. 아마도 내부에서는 지금도 연계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있겠죠. 지금도 충분해 보이는 주변 상점의 소상공인 주문부터 거주지를 기준으로 하는 서비스들의 확대까지 열심히 달리고 있겠죠. (하지만 현재는 중복되는 글들과 홍보에 부적절한 슬라이드 형태의 UI의 불편함, 최상단에 위치한 맛집 등. 무언가 부족한 모습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뤄보겠습니다. 너무 졸려요.)
개인적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하이퍼로컬 슈퍼앱이 어떻게 풀어내질지 기대가됩니다. 특히 UI/UX가 상당히 골치 아파 보이는데 가장 핵심이 될 "내 근처" 탭이 어떻게 개편될지 가장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당근 슬리퍼 귀엽네요.. 귀엽.. 저도 하나만 주세요.
※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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